장자] 빈배

2010. 12. 9. 10:52독서와 상념

배로 강을 건널 때 빈 배가 다가와 부딪치면 
비록 나쁜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배 안에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는 피하라고 소리 칠 것이다.
한 번 불러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 칠 것이고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욕설을 퍼 부을 것이다. 아까는 빈 배였고 지금은 누군가 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기를 비우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누가 그를 해칠 것인가?

곧은 나무는 맨 먼저 잘려지고 맑은 샘물은 맨 먼저 길어져 메마를 것이다.
그대가 지혜로움만 키우고 무지를 부끄러워 하고, 다른 이들 보다 자신을 밝히기 원한다면
그리되면 그대는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자가 말하길 스스로 마음이 찬 사람은 쓸모 없는 일을 한다.
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잃음의 시작이요, 이름 얻고자 하는 마음은 이름 더럽힘의 시작이다.

사람 무리 가운데서 구함과 이름 얻음으로부터 자유롭고,
그 속으로 내려와 사라질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는 도(道)와 같이 흘러 다닌다. 보임 없이 그는 삶 그 자체로 흘러 다닌다.
집 없이, 이름 없이, 구별함 없이 그는 소박하다.

겉모습으로는 어리석은 자이다. 그의 발걸음 자취남김이 없다.
그는 힘 가짐이 없다. 그는 이름 얻음이 없다.

또 누구를 판가름 함이 없어서 누구도 그를 판가름 하지 않는다.
그러한 이가 전인이다. 그의 배는 비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