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일본 홋카이도 라이딩 1 부산항 - 시모노세키

2018. 8. 29. 12:14모터 라이프(Motor Life)/투어-상념


렌트카를 이용해서 일본여행을 짧게 해 본 적은 있어도 바이크는 처음이고 오랜 꿈이었다.

심지어 꿈 속에서 엔씨를 타고 일본 고속도로를 달리는 꿈이나 한국 고속도로에서 경찰에게 쫓기는 꿈을 꾼 적도 있었다. 여하간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부산에서 일본을 가는 배 편은 1) 부관페리, 시모노세키 2) 고려훼리, 후쿠오카 3) 팬스타 드림, 오사카 가 있는데 부관페리를 선택했다. 기본적으로 2달 전 전화예약이 원칙이다. 지불은 승선 당일 카드 및 현금으로 가능하다.


승선 일주일 전 쯤 바이크 등록관청에 가서 영문등록증과 국가코드 스티카를 받는다. 제출서류는 부관페리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다. 이후 승선 3일 전까지 팩스나 이메일로 부관페리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보내 준다(4일 전 쯤에 부관페리에서 전화가 온다).


집에서 부산까지 거리상 200킬로 정도 되는데 고속도로로 2시간 이면 갈 것을 4시간을 걸려서 간다.

폭염에 4시간을 달렸더니 정신이 없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해 땡볕을 피해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가 자전거 주차대 옆에 바이크를 올려 놓고 터미널에 들어가 일본에서 사용할 와이파이 기기를 수령했다.


부관페리에서 발권을 하면 바이크는 3시 30분에 담당자가 올라 오니 5분 전까지 오라고 한다.

늦은 점심을 식당에서 돼지국밥으로 먹었는데 그저 그랬다. 전문식당에서 먹어야 하는데 여객터미널이 외떨어져 있다보니 선택의 여지가 적다.


세관 검사를 마치고 보세구역으로 향하는 오늘의 라이더들.

앞 두 대는 서울에서 온 부자 라이더로 아버지는 골드윙 아들은 인테그라.

두 분 모두 부인들과 텐덤을 하며 며칠 동안 큐슈를 달린다고 한다. 멋지다!

 

기본적으로 부관페리 직원이 안내하는대로만 하면 된다.

서류와 돈만 잘 가지고 오면 문제가 없다. 세관에서도 한국에서 나가는 바이크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 탑박스나 사이드박스 열어 보는 정도로 검사 끝!


보세구역을 나와서 오후 6시 승선시간까지 맘스터치에서 빈둥거렸는데 치킨 메뉴가 동이 난다.

페리에 승선해서 긴긴 시간을 보내는 것 중에 먹는 것이 빠지면 안되는데 배 안에서 맥주와 더불어 먹을 치킨들을 사두는 것이다.

예전에는 배 안에서 승객들이 들고 온 음식물을 규제했었는데 다 막을 수 없는 것 아예 공간을 마련해서 개방해 버렸다고 한다. 페리 여행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는 방침이다.


2등실로 여인숙 대형 룸과 비슷한 분위기다.


비행기와 비교하면 보안검사도 까다롭지 않다. 보안 검사장 옆으로 일본 가서 곤약젤리 사오지 말라는 안내문이 크게 붙어 있다. 언젠가 그거 먹다가 어린아이가 목에 걸려서 사망한 사건 이후 수입금지품목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좀 우스운 일이긴 한데...모찌 같은 떡 종류도 질식사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닌데 여하튼 안된단다.


운전자들은 일단 보안검사 - 출국심사 - 승선을 한 뒤 모여서 화물칸으로 내려가 보세구역으로 가서 자기 차량을 가져오면 모든 승선 절차가 마무리 된다.


결박이 끝나면 배에서 하룻밤 보낼 것이니 옷가지나 타월(2등칸은 타월 제공 안 됨) 등을 챙겨서 올라간다.


부관페리는 성희호와 하마유호가 운행되고 있는데 나의 경우 모두 성희호가 배정되었다.


위에서 얘기한 승객들이 가져온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멀티홀을 개방했다.

일전에 나이트클럽으로 사용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방방 뛰는 분위기가 아닌가 보다.


시간 있을 때 일본 입국카드, 세관신고서를 작성해 둔다.

기입할 수 있는 것은 다 기입하는 것이 팁이라면 팁이다. 얼마전 태사랑에서 주소기입을 안 했는데 입국심사관이 하라고 하니까 버티다가 별실로 보내져서 조사 받고 결국 입국거부 당한 케이스를 보면 답답하기도 하다. 태국이라 깐을 봤나?


여하튼 대욕장에서 목욕하고 놀다가 잠을 청했는데 피곤했는지 곤히 잠을 잤다.

파도도 잔잔하고 배가 커서인지 흔들림도 없어 잘 쉬었다. 비행기 여행과 비교하기는 뭐하지만 의외로 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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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에 도착하자 메시지가 도착한다.

내 경우는 '와이파이도시락'을 사용해서 로밍을 하지 않았다. 

NTT도꼬모 보다는 소프토방크가 더 오지에서 잘 터진다는 소리가 있어서다.


한국은 구글맵 경로안내가 되지 않지만 일본은 잘 된다.

그래서 별도로 네비게이션 앱이나 기기를 구매하지 않았다. 정말 유용하게 잘 썼다. 구글이 세계를 정복할 기업이 될지도...ㅋㅋ


성희호에서 내려 검사소로 가기 전 골드윙 부부. 우측 경차는 관부페리 에스코트 차량이다.


운전자들은 7:30분까지 안내 데스크에 모여 동승자와 더불어 차량을 배에서 내려 자동차검사소로 향한다. 터미널 건물 2층이다.

부산항은 입국심사실과 꽤 떨어져 있어 뱅뱅 돌지만 시모노세키항은 검사소와 입국심사실이 복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간편했다. 3대 모두 별 문제 없이 빠르게 통과되고 입국심사도 다른 승객들보다 먼저 마치고 출발했다.


일본어가 가능하다보니 검사소 직원들하고 짬짬히 얘기를 나눴는데 자기도 일본 사람이지만 홋카이도를 가보지 못했단다.

더군다나 바이크로 3일 걸려서 간다고 하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소시적 동경에서 자동차 면허를 일본면허로 바꾸는데 당시 담당 경찰이 내 손을 잡고 "00상! 안전운전 합시다!"라고 웃으며 말하던 기억에 왠지 우리네 공무원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었는데 딱 그 기분이었다.


2층에서 내려 올 때도 경비원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드디어 일본에 엔씨양을 몰고 입성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