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제주 모토 투어 2

2022. 3. 4. 15:04모터 라이프(Motor Life)/투어-상념

한라산 등반 드랍과 픽업서비스를 해 주는 게스트하우스가 몇 있는데 가까운 곳은 일찍부터 예약이 찼다.

검색을 하던 중 조금 떨어져 있지만 평판이 괜찮은 "도깨비게스트하우스"로 정하고 예약을 했다.

아침 6:30분 숙소 출발, 성판악 - 관음사 드랍, 16:00 성판악 픽업이다.

유료로 장비대여도 해 주는데 상태도 괜찮아 보였다. 전날 20:30분에 파티룸에서 브리핑을 하는데 끝나고 장비대여를 할 수 있다.

 

사람이 많을 경우 45인승 버스를 주인장이 직접 몬다. 적으면 봉고차로 수송한다. 성판악에 6:50분 경, 관음사는 7:10분경 도착.

시간개념이 확실해서 정해진 시간에서 5분을 벋어나지 않는다. 하산의 경우 미리 노트에 체크하고 당일 속밭 대피소를 14:40분에는 통과하면서 전화나 문자를 해야한다.

 

지리산 설경에 비하면 답답함이 덜하다.

탐라계곡 화장실까지는 아이젠이나 스틱 없이 살살 갈 수 있을 정도로 눈길 상태가 좋았고 경사도 심하지 않다.

 

탐라계곡 목교부터는 미끄럽기 때문에 아이젠을 차는 것이 좋지만 어짜피 탐라계곡 화장실에서 살짝 쉬다 갈 것이라 줄을 잡고 살살 올라갔다. 하지만 아이젠이나 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간 적설량이 꽤 되는지라 적당히 눈이 쌓여 눈길이 너무 예쁘다.

 

탐라계곡 화장실 앞에서 노숙중인 고양이. 누군가 핫팩이며 방석까지 깔아 주었다.

아마도 등산객들이 주는 먹을 것으로 연명하는 것 같다. 이녀석을 보니 예전 네팔 고쿄리에서 나를 따라 내려 왔던 강아지가 생각이 났다. 그 아이도 주인 없이 트레커들이 주는 먹이와 롯지에서 바람을 피하며 살고 있었는데...

작전중 산화한 특전사 장병들을 기리는 원점비 안내문.

예전에 이곳을 지날 때도 그랬지만 가슴이 매번 뭉클해 진다. 그 꽃다운 나이에 추락직전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소나무 지대가 나온다. 곧게 뻗은 소나무 가지마다 하얀 눈들이 듬뿍 샇여있다.

눈덮힌 숲길을 지나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숲에 취해서 지나갈 뿐이다.

앞으로 가면서도 아쉬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어느새 개미등을 오르고 있었다.

개미등을 지나 얼마인가 가니 저기 삼각봉이 보이고 대피소가 있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삼각봉은 정상 방향으로 12:00부터는 통제를 하기 때문에 11시까지는 와서 점심 먹고 쉬었다가 올라 가야 된다. 화장실도 여기를 마지막으로 정상을 지나 진달래 대피소까지는 없다.

 

태풍으로 철거 된 옛 용진각 대피소 터의 웅장한 병풍지대.

여기서부터 능선까지는 경사가 가팔라서 평상시에도 고생길이 훤한 곳인데 눈으로 계단부가 다 묻히고 내려오는 사람과 올라가는 사람이 교차되어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여기서는 앞사람이 쉬어도 불평하지 않고 덕분에 같이 쉰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단다.ㅎㅎ

능선을 잡아 채면 그때부터는 시야도 탁 트이고 경사도 와난해져서 올라갈만 하다.

탁트인 곳에서 제주시를 좌로 하고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정상부가 가까워짐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날씨도 너무 좋아서 트레커의 입에선 콧노래가 절로 난다.

한국의 다른 산과는 달리 한라산 설산만의 묘한 매력이 있는 순간이다.

드디어 백록담에 도착하고

나만 알 수 있는 얼굴로 인증샷을 남긴다.

백록담 비석에서 사진 한장 남기겠다고 1시간 씩 줄을 서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믹스커피 한잔에 점심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정상부는 늦어도 13:30까지 사람이 통제되기 때문에 12:30부터 하산하라고 방송을 하지만 그 시간까지 있어보질 못해서 실제로 지켜지는지 모르겠다.

 

그간 스틱을 하나만 사용했는데 하산길에는 무릎보호대도 착용하고 스틱도 2개 모두 사용한다.

대부분 하산길이 더 위험하고 무릎에 전달되는 부하도 크기 때문에 자칫 부상으로 이어지거나 심하면 산행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다시 숲지대로 들어서고 동쪽에서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오른다.

하늘 나무 구름 나

터벅터벅 내려 오면서 눈을 뗄 수가 없어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하지만 마음은 저 하늘처럼 푸르고 구름처럼 피어 오르고 자작나무처럼 은색이며 소나무처럼 푸르다. 내가 숲에 매몰되는 것 같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볼 일을 보고나니 긴장이 풀린다.

성판악까지 지리하게 내리막인데 무념무상으로 가면 금방이고 평균보다 내리막은 빠른 편이므로 픽업시간에 충분히 맞출 수 있겠다.

성판악 입구에 3시 조금 넘어 도착!

해가 뒤에 있음에도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니 눈에 힘이 들어간다.

 

이걸로 이번 여행의 메인 이벤트가 종료되었다.

뭐 이제부턴 계획 없이 떠돌란다. 아프리카트윈과 같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