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8월 Bali-Flores(발리-플로레스)1 사누르에서 첫날 밤을

2011. 8. 26. 12:48길 없는 길/해외(oversea)


지난 번 수마트라를 시작으로 자바에서 마친 여행에 이어 두 번째 인니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수박 겉핱기식 여행을 벗어나 발리라는 섬을 여유있게 둘러 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론리 플레닛(Lonley Planet, 이하 론리)을 통해 알게된 보트투어를 하고 싶어 급기야 일정이 발리에서 롬복, 숨바와, 코모도 국립공원, 플로레스의 라부한바조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장장 4박 5일을 배에서 먹고 자는 녹녹치 않은 투어가 포함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서울에서 옛 벗들을 만나고 경복궁과 창경궁에서 연습촬영을 했는데 녹녹치 않았다. 무거운 장비를 혼자 다 다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번엔 슬라이더와 초광각렌즈가 추가되어 무게만 5킬로 이상 늘었다. 하지만 옥션이베이를 통해 주문한 프리뷰모니터는 주문 일주일이 지났어도 트랙킹넘버도 확인되지 않아 수동렌즈 조작을 통한 좋은 결과물을 얻는다는 목표는 단념해야만 했다. 그저 감에 의존해 촬영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내내 날 괴롭힐 것이다.


여하튼 일정은 시작되고 강남에서 놀다가^.^; 공항리무진을 이용했다. 고급형(현금기준 15,000원)이라 그런지 3열시트에 기사님도 무척 친절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공항리무진 루트와 정거장 심지어 차량위치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강남 대치동에서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강남은 정말이지 또 다른 한국이었다. ^.^

공항에 도착해서 에어아시아 부스에 가니 꽤나 긴 줄이 있었지만 미리 웹체크인(Web Check In)을 한 나는 바로 수화물만 보내고 서류체크만 한다. 특히 이번부터 플라이 쓰루(Fly Throuh)가 적용되어 경유편에 대해 쿠알라룸프로 LCCT공항에서 수화물을 찾아 다시 부쳐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인천에서 부치면 알아서 발리로 가는 연결편에 실리는 시스템으로 짐이 무거운 나에게는 무척 편리했다. 당연히 사람도 말레이시아 입국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국제선 탑승동으로 갈 수 있다. 당연히 비행기 안에서 입국서류를 작성할 필요도 없다. 그저 여권과 항공여정표 그리고 보딩패스만 있으면 끝이다. 너무나 편리해서 처음엔 좀 얼떨떨 했다.

                    [위로부터, 플라이 쓰루 홍보 - 치킨콤보셋 기내식 - LCCT 탑승 대기실]

쿠알라에서 발리까진 3시간 정도 걸린다. 발리로 가는 항공편은 항상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비행 도중 운 좋게도 자바섬의 멋진 산들을 볼 수 있었다. 

누군가 얘기했다 덴파사 공항의 화장실을 가 보라고. 입국심사의 긴 행렬을 보고 바로 화장실로 직행했다. 수족관과 그림 그리고 꽃을 띄운 환영접시를 보자 신들의 섬이자 예술의 땅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수마트라의 메단이나 자바의 반둥 그리고 족자의 공항과는 차이가 있었다. 독특한 발리만의 조형물이 공항부터 반기고 있었다.

도착비자를 사고, 입국절차를 마치고 나오면 오른쪽으로 택시, 렌트카, 휴대폰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부스들이 쭉 늘어서 있다. 마침 줄을 서고 있는데 아메리칸 할배가 카트도 없이 무거운 가방을 낑낑대며 여기가 줄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면서 내 카트에 짐을 올리라고 하니까 고마워 하며 말을 건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오늘 숙소 얘기가 나오자 앞에선 은색머리 중년이 말을 건다. 자신도 사누르까지 가니 쉐어를 하잰다. 당연히 땡큐다. 요금이 9만 5천루피아인데 네가 호스트니까 내가 5만 준다고 하자 되게 좋아한다. 프랑스 사람인데 여행을 꽤 다녀보았고 발리만도 5번째라고 한다. 

    [위로부터, 브로모 화산군 - 입국장 우측으로 보이는 조형물 - 도착비자 카운터 - 남자화장실 - 택시, 렌탈 부스]

서양 사람들(이하 웨스턴) 만나서 일정 얘기를 하다보면 2주 정도 왔다고 하면 '애걔! 그것밖에 안돼?' '오! 너무 짧다' '너무 힘들겠다' 정도의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에서 직장 다니는 사람들을 만나면 '어머 좋은 회사 다니시나봐요' '공무원이세요?' '우리 회산 일주일 넘어가면 자리가 없어져요!' 정도의 반응이 나온다.' 웨스턴들이 깐보는 것 중 하나다. '죽어라고 일한다고 니네가 우릴 이겨?' '노예들이 그렇지 뭐' 정도일 것이다. 최근 애플과 구글 그리고 삼성을 보면서도 느끼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삼성을 까는 것은 아니다. 막노동판 함바집 밥도 그나마 삼성쪽이 먹을만 하댄다.^.^;

사누르 항구에 도착해서 제법 깔끔한 심카드 파는 집을 들어 가서 아이폰4에 심카드를 바꿔서 사용해 보기로 했다. 사장은 영어가 유창한 인도계, 각시는 중국계, 종업원은 현지인 아가씨들. 짝퉁가방가게가 본업인듯 했는데 장사가 잘 된다며 나 보고도 하나 사랜다. 한국에서 들어 온 물건이라 중국산과는 다르다나? 어찌됐든 노닥거리는데 아이폰 개통 진행상황은 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사장이 나서도 안되고 시간만 버리고 숙소로 와버렸다. 짐부터 놓고 바이크를 빌려 덴파사로 갈 생각이었다.

숙소에서 바이크를 부르니 일본어가 가능하고 정식 바이크 렌탈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온다. 밤 9시까지 5만루피아(렌탈샵에선 하루에 3만루피아; 연료불포함)를 부르길래 오케이 하면서 아이폰 얘기를 했더니 덥썩 문다. 지가 잘 아는데 있단다. 그래 너 잘 걸렸다. 서로가 잘 걸렸다고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커미션 생각을, 나는 일본어 통역이 가능한 가이드를 생각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두 군데 심카드 판매점을 거쳐 결국 덴파사의 용산전자상가쯤 되는 곳까지 가서 해결을 보았다. 발리서프에서 준비해 간 방법으론 무슨문제인지 현지통신사 심칩을 인식하지 못했다. 어찌됐든 음성통화와 문자가 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니 시간이 8시 가까이 되었다. 그 친구 시간을 많이 뺏은 것도 그렇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와준 그에게 저녁을 사기로 했다. 다시금 그를 따라 사누르로 돌아가는데 러시아워 시간이라 도로는 차와 바이크가 뒤섞여 장관을 이루었다. 나는 그 와중에서 그 친구를 놓치지 않으려고 기를 썼는데 라이딩 실력이 녹슬지 않아 다행이었다. 몸으로 배워 놓은 것은 쉽게 잊혀지지 않은 것 같다.

도심에서 바이크를 탄다는 것은 꽤나 모험에 가까운 편이다. 사고가 나면 외국인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부자인 외국인이 뒤집어 쓸 확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더군다나 무면허라든가 신호위반의 경우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많은 벌금을 낼 각오를 해야한다. 무면허의 경우 150만루피아, 신호위반 같은 일반적인 교통위반은 15-20만루피아정도 한다고 그가 그랬다. 국제면허증과 한국면허증 그리고 여권은 필수다.

                   [좌/아궁 , 우상/전형적인 심카드 판매가게, 우하/ 덴파사 시내에 위치한 텔콤셀 고객센터]

 그의 이름은 아궁(Agung)이며, 올 해 42살로 아내와 두 아이의 가장이었다. 누나가 하는 에스테샵에서 바이크를 렌탈해 주면서 생계를 꾸린다고 한다. 가게 바로 앞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기로 했는데 그는 사누르 토박이지만 한 번도 이런 레스토랑에서 먹어 본적이 없다고 했다. 현지인 입장에서는 한 끼 1인 1만원 이상 넘어가는 식사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돈을 떠나 그 3분의 1이면 그 정도 먹을 수 있는데 분위기 따져가며 세금까지 내면서 밥먹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보통 세금은 10-15% 선인데 어떤 내역인지 몰라도 21%까지 추가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어찌됐든 그한테 저녁 으로 고마움도 표시하고, 나로서는 혼자서는 주문할 수 없는 발리음식을 먹었으니 그것으로 만족이다.

숙소는 사누르 비치에 위치한 아비안 홈스테이로 아고다 후기대로 소박하지만 깔끔하고 에어콘까지 있어 가격 대비만족스러웠다. 사실 혼자 여행하는 배낭 여행자에게 숙소는 사치스러울 필요가 없다.

하루를 지낸 여행자가 뭘 알겠냐만 사누르는 꾸따에 비하면 깡촌이지만 조용하면서도 있을 것은 다 있는 곳이다. 물가도 꾸따에 비하면 저렴하다고 한다.

원래 공항에서 꾸따를 경유해서 빠당바이에서 하루를 보내고 여유 있게 페리를 타려고 했지만 갑작스런 비행 스케쥴 변경으로 사누르에서 첫날밤을 보내게 되었다. 저가항공의 경우 비행스케쥴 변경이 자주 있는 편이니 일정을 짤 때 너무 딱 맞추어서 짤 경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을 정도로 변경하는 것은 아니니 당황하지 말고 안내에 따라 가장 가까운 비행편으로 변경하고 체크인 하면 된다.

          [좌/아비안 홈스테이 로비에 있는 익살스런 조각상, 우상/ 아침공양, 우중/사막의 장미, 우하/?]

데이터 백업을 하고 잠자리에 들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내일은 빠당바이로 가서 배편으로 롬복섬의 중심도시인 마따람으로 가야한다. 긴 여정이 될 것이다.
  

고지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씌여진 글입니다. 여기서 제공하는 정보는 언제든 변동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알려드리며 그 책임은 행위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별 볼일 없는 사진이지만 무단 전제하지 말아주세요. 
개인적인 성격이 강한 글이라 경어체를 쓰지 않은 점 이해 바랍니다.